쇠락해 가는 것들
2026. 9. 6. 16:56
반응형

산책을 나갔다가 잠깐 어느 집 앞에 멈춰 섰다. 녹이 슬어 삭아가는 대문에서 오래된 스러짐의 냄새가 났다.
쇠락한 것들에 걸음을 멈추게 된다. 특히 아주 오래되어 40년은 넘어 보이는 슬레이트 지붕과 투박한 시멘트 마감으로 된 집. 허물어질 것 같은 담벼락. 낡고 후미진 골목을 보아도 그렇다.
녹이 슬고 삭아가는 것에 사로잡힌다. 녹이 슬어가며 멈춰진 세계에서, 마치 내가 지나온 인생처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스러져가는 불가피함을 목도한다.
녹슨 대문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무튀튀한 입자들이 더덕더덕 페인트를 갉아먹으며 번져가는 모습에 매료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엇갈린 참회를 하는 것일까.
너무 늦었다고.
정말 늦었다고.
반응형
'alt.photo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 6월, 천변풍경 (0) | 2026.05.29 |
|---|---|
| 2020 장마, 낯선 길에서 맞이한 빗방울들 (0) | 2020.06.24 |
| 골목길에서 (0) | 2020.06.15 |
| 7월 한 달 동안 찍은 사진들 (8) | 2019.08.02 |
| 잠시, 길 위에서 (0) | 2019.06.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