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해 가는 것들

2026. 9. 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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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나갔다가 잠깐 어느 집 앞에 멈춰 섰다. 녹이 슬어 삭아가는 대문에서 오래된 스러짐의 냄새가 났다.

쇠락한 것들에 걸음을 멈추게 된다. 특히 아주 오래되어 40년은 넘어 보이는 슬레이트 지붕과 투박한 시멘트 마감으로 된 집. 허물어질 것 같은 담벼락. 낡고 후미진 골목을 보아도 그렇다.

녹이 슬고 삭아가는 것에 사로잡힌다. 녹이 슬어가며 멈춰진 세계에서, 마치 내가 지나온 인생처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스러져가는 불가피함을 목도한다.

녹슨 대문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무튀튀한 입자들이 더덕더덕 페인트를 갉아먹으며 번져가는 모습에 매료된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엇갈린 참회를 하는 것일까.

너무 늦었다고.

정말 늦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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