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꽃무릇
2026. 9. 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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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딘가를 가려고 버스를 탔다. 대여섯 정거장을 지나서야 반대 방향으로 탔다는 걸 알았다. 반대편 버스로 갈아타려고 내린 정류장 근처에는 꽃무릇 꽃망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이맘때도 꽃무릇이 피어 있었다. 그날은 이슬비가 살짝 내렸다. 이번에도 비가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비가 제법 올 것처럼 기상예보가 있더니, 밤새 비가 조금 내리고 오전에 그칠 것 같아 보였다. 지난번 그 정류장으로 꽃무릇을 구경하며 산책할 겸 다시 찾아갔다.
꽃무릇들은 아직 만개하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붉은 꽃망울들이 흐릿한 초록 사이로 몇 가닥씩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잎이 지고 나서야 꽃이 핀다는 꽃,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꽃.
공원 나무들 아래에서 비를 피하며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었다.

하늘은 여전히 꾸물거리고, 비는 추적추적 내린다. 여전히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잘못 탄 버스, 아직 피지 않은 꽃, 만나지 못하는 잎과 꽃잎. 모두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데, 정작 도착하진 못한 것들이다.
걷고 있지만 멈춰 서 있는 기분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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